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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패션서 성공가도…소재기업 수장으로 CEO 8년차 '트렌드 분석' 전문가
“회장님, 혁신하고 있습니다.”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이 최근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 마주친 한 직원은 “안녕하세요”란 말 대신 무심결에 이렇게 외쳤다. 2014년 회장 취임 이후 입이 닳도록 혁신을 강조하다 보니 어느새 이 같은 기업문화가 몸에 밴 결과다. 김 회장은 지금도 매달 사내 인트라넷에 직접 글을 올리며 혁신을 강조하곤 한다. 그에게 혁신은 여느 기업에서 강조하는 상투적인 혁신보다는 좀 더 절박한 구석이 있다.
아버지 김영환 회장이 창업해 40년간 이끌어온 무기화학 기초소재 기업 태경그룹에 김 회장이 2012년 부회장으로 처음 입사했을 때 보수적인 기업문화에 숨이 턱 막혔다. 그의 눈에 태경그룹은 변화를 싫어하는 공무원 조직과 비슷한 보수적인 문화가 팽배해 있었다.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김 회장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기업문화였다. 당장 바꿔야 했다.
대대적인 조직 혁신 단행
김 회장은 2016년부터 대대적인 임원 교체와 축소, 조직 개편 등을 단행했다. 태경그룹의 문화를 더 이상 공무원 조직처럼 남겨둬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혁신과 소통, 데이터경영, 연구개발(R&D) 등 네 가지를 기준으로 인사평가를 시행해 이를 실천하지 못한 임원들을 교체했다. 그 결과 아버지와 함께했던 임원들 가운데 60%가량이 바뀌었다. 그룹 전체 임원 수도 30% 줄였다.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결재라인은 빠른 의사결정의 걸림돌이었다. 10여 개 계열사를 사업시장별로 단순하게 나누고 결재라인을 줄인 것은 물론 회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김 회장이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그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삶을 살아온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패션 명문대학인 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1989년 아드리안느라는 의류업체를 세웠다. 디자이너이자 사장으로서 맨손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하며 10년 동안 회사를 키웠다. 외환위기 속에 회사를 정리했지만 1999년 국내 첫 e커머스 업체 패션플러스를 설립했다. 인터넷 쇼핑으로 의류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인수를 제안할 정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태경그룹에 입사하기 전엔 대우그룹 산하 트렌드연구소인 인터패션플래닝을 인수하면서 트렌드를 분석하고 브랜드를 론칭하는 컨설팅을 수행한 이력도 있다. 《히트트렌드 전략》이란 책을 쓴 트렌드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매일 신문을 읽고 기술 트렌드를 읽는다”며 “오랫동안 트렌드 분석과 브랜드 컨설팅을 하다 보니 이제는 트렌드를 읽는 눈이 생겼다”고 했다.
트렌드에 밝은 제조업 경영자
무기화학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전통 제조업을 경영하면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경영자로 꼽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하며 e커머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다. 김 회장은 신문지상 등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식음료 전용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 신선식품을 새벽배송하기 시작하자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늘어났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를 얼려서 만든다. 그 당시엔 산업용 이산화탄소와 식품용 이산화탄소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제조했다.
김 회장은 “요즘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제품을 사용하길 원한다는 트렌드에 주목했다”며 식품용 이산화탄소로만 제조한 드라이아이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존 드라이아이스와 차별화한 식음료 전용 드라이아이스 ‘세이프 프레시너’가 탄생했고 2년 전부터 마켓컬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쿠팡까지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태경그룹은 지난해 드라이아이스로만 70억원 이익을 냈다.
스마트팩토리 전면 도입
김 회장은 평소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현장에 스마트팩토리를 전면 도입한 것은 물론이고 인사관리와 영업활동도 데이터로 관리하도록 했다. 김 회장은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기업 경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데이터경영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스마트팩토리 분야다. 무기화학과 기초소재를 제조하는 공장에서는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원료를 배합해 여러 연료를 태워 고온·고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도와 압력을 조절하는 게 변수다. 스마트팩토리는 이 같은 변수에 따른 제품 생산 결과를 축적해 최적의 생산 조건을 도출해낸다.
김 회장은 ‘스마트팩토리 리더스 정기 모임’을 신설해 그룹 내 스마트팩토리를 잘 활용하고 있는 공장 사례를 전 공장이 공유하도록 했다. 2019년 태경산업의 강원 예미공장에서 망간합금철을 생산하는 설비에 스마트팩토리 장비를 설치 완료했고 그 자료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30여 개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설치와 운영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 회장은 “1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적용하면 원가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며 “태경산업의 충북 단양공장에서 그 효과가 컸다”고 했다.
잠시도 쉬지 않는 활동가
김 회장은 가만히 있는 걸 못 참는 스타일이다. 출장에 동행하는 직원들이 그의 빠듯한 일정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일과도 빠르다.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신문을 읽으면서 사업 구상을 한다. 유일하게 휴식시간을 보낸 게 둘째를 임신했을 때의 1년 정도다. 그는 “정체되는 순간은 왠지 세상과 분리되는 것 같다”며 “변화하지 않는 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공장을 방문하는 경영 습관도 이 같은 기질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전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그가 중시하는 경영 원칙 중 하나다. 2019년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단양, 전남 여수 등 전국 각 계열사의 공장을 방문해 임원을 제외한 과장급 이하 직원들과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는 ‘통통미팅’을 열고 있다. 통통미팅에서 나온 제안을 반영한 결과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게 바뀌었고, 각종 동아리에 대한 지원도 확대됐다. 김 회장의 목표는 태경그룹을 세계적인 소재기업 독일의 바스프처럼 키워내는 일이다. 김 회장은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 독점지위에 오를 수 있는 소재를 다수 보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출처
서기열,제조업에 '디지털 감성' 입힌 혁신전도사 "CEO에 가장 필요한 건 트렌드 읽는 눈",2021.03.30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33097091
CEO&BIZ/ 정유진 기자의 CEO 직심 토크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대한민국 산업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냉철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에게도 글로 다 풀지 못할 '사람' 이야기는 있는 법. 솔직한 직심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과 땀냄새, 사는 이야기를 담아본다. 2022년은 임인년 호랑이띠의 해다. 첫 주자는 호랑이띠인 태경그룹 김해련 회장이다.
태경그룹은 ‘글로벌 톱 티어 머티리얼 컴퍼니’를 지향하는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태경그룹의 모태는 1975년 설립된 태경산업(전 한국전열화학공업)이며, 백광소재, 태경화학, 남영전구, 태경에코, 에스비씨 등 10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2021년 12월 10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에 위치한 태경그룹 본사 5층에서 김해련 회장을 만났다. 첫인상은 냉철하고 이지적인 이미지보다는 친근한 미소가 8할 이상이었다. 이날 김 대표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포 1주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시간을 내 진솔한 얘기를 들려줬다.
“어서 들어와요”
파란색 바지 정장을 입은 김해련 회장은 집무실로 들어오라는 반가운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강단과 울림 있는 목소리에서 당당한 여성 CEO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라며, 청와대 보고회의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탄소중립 비전과 관련해 정재계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데 중견기업인으로 초청을 받아 청와대에 가게 됐다는 것.
이어 그는 “이번 보고회는 청와대 주재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탄소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탄소중립을 제조업의 혁신과 신산업 창출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마련된 자리”라며 “태경그룹은 탄소중립의 열쇠인 탄소포집 활용(CCU)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 중견기업으로 선정돼 초청됐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경영에 매진하고 있어요”
김 회장은 “석회석을 기반으로 하는 탄산칼슘 응용 기초소재를 산업 전 분야에 지난 50년간 납품해 왔다”며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CO2)와 생석회를 합성해 제조할 수 있으며 회사가 이러한 CCU 응용기술을 활용해 제지, 플라스틱 등 다양한 산업 기초소재를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발전시켜서 친환경 플라스틱 등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에서 주목했던 것 같다”며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우리는 CO2를 석회와 잘 섞어서 제지(製紙), 플라스틱 산업에 납품할 기초소재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광산에서 채굴한 석회석은 최첨단 화학공정을 통해 혁신 신소재로 변신하는데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포장용기 시장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기 시작했고, 미래 친환경 전기자동차에도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로도 연구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태경케미컬은 CO2를 포집 정제하고 최첨단 압축 공정을 거쳐서 드라이아이스와 액화탄산으로 재탄생시키고 이렇게 재탄생된 드라이아이스는 신선식품 배달에 사용되고 초순도 드라이아이스는 백신 운반 등의 ‘의약품 콜드체인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도 그 제조공정이 더욱 초정밀 기술로 발전하면서 ‘초임계 CO2’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김 회장은 “올해 우리 태경그룹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친환경 경영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우리 회사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석회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 방지용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친환경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고 말했다.
새해 첫 인터뷰, 사람 김해련은….
2022년 임인년 첫 인터뷰이로 선정됐다는 말에 “매우 영광스럽다”며 “호랑이띠에 많은 훌륭한 분들이 계신데, 새해 첫 인터뷰를 장식하게 돼 매우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올해(2022년) 환갑이지만 여전히 젊고 강하지만 부드럽다. 체력 관리에도 열심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주로 홈트레이닝을 한다”며 “요즘 유튜버 ‘땅끄부부’의 홈트레이닝 영상을 자주 시청한다. 특히 차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하루 1만 보 걷기 챌린지에 성공한 날은 매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슈 상황을 빼놓을 수 없었다. 글로벌 경기에 국내 상황도 좋지 않은 터.
김 회장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맞아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코로나19가 발발하자마자 글로벌 거래선들의 수입량이 축소돼 한때 매출의 20% 정도가 감소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매출 규모를 회복한 상태다.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독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일본 초격차 기업의 3가지 원칙>과 <2022 위드 코로나 경제 전망> 등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결기가 느껴진다.
그는 “승진자에게는 관련 서적에 자필로 글을 써서 주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지혜와 지식을 쌓는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사내에 도서관을 조성해 신간 서적을 직원들이 편하게 빌리고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앞으로 자신이 가는 방향에 대해 물어본다는 김 회장은 “지금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1년 후, 2년 후 발전해 가는 모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어제보다 진일보하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태경그룹은 내실 있는 회사로서 열정을 가진 우수 인재가 도전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 적합한 곳”이라고 피력했다.
가장 무서운 일은 ‘정체’, '새로움'으로 위기 돌파
김 회장이 좋아하는 명언으로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꼽았다. 그는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는 뜻으로, 나날이 발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매일매일 발전된 삶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장 무서운 일은 정체되는 것이며, 회사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그에 맞춰 바뀌지 않는다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 항상 새롭게 할 일을 찾고 개선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에 푹 빠졌어요"
태경그룹(전 태경산업) 외동딸이었던 김 회장은 직업에 대한 선택지가 없었다. 창업주 김영환 회장이 작고한 2014년부터 태경그룹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해 졌다. 김 회장이 다른 일을 선택했다면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는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영화 감독이나 뮤지컬 공연, 창작 감독 등 총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사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현재 업무와 비슷한 영역인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영화와 뮤지컬을 무척 좋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처럼 영화관을 자주 찾거나 뮤지컬 공연 등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다”며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오징어 게임>에는 해학과 오락, 공감 등 다양한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게임을 소재로 해 흥미 요소가 돋보였고 돈이 많이 있으나 없으나 똑같은 인생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고 한다. 그 안에서 자기 영역에서 만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철학도 들어 있다는 것.
문득 김 회장이 선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해산물이었다. 특히 갑각류를 좋아하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싫어하는 것은 삼겹살 등 돼지고기라고. 회식 자리에서는 인기 있는 단골 메뉴이지만 본인과는 음식궁합이 맞지 않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김 회장에게는 반려견이 있다. 반려견 얘기에 반색하며 강아지 자랑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사진을 찍다 말고 예쁜 강아지를 보여주겠다며 휴대전화를 찾는다. “정말 귀엽지요. 우리 강아지 자랑 하는 게 제일 좋아요”라며 “샤넬이라는 열네 살 노견 토이푸들인데 나이는 많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서 아직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반려견을 주제로 한다면 하루 종일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애착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잘츠부르크에 가보세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가족과 함께 매년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녔다”며 “특히 좋아하는 곳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5대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프랑스에 있는 아문디 에비앙 리조트 골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모두가 골프를 치기 때문에 이곳을 좋아한다. 또한 렌터카를 빌려 자유여행을 하는 것도 즐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추천 여행지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꼽았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매년 7월부터 한 달간 세계적인 페스티벌(음악제)이 열리는데 독일·오스트리아계의 오페라가 상연되며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를 주축으로 해 각지의 오케스트라도 동원된다고. 그는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하고 굉장히 멋있어서 모두에게 추천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별명은 ‘해피 바이러스’, 여성 기업인들과 두터운 교분
여성 CEO이기 때문에 때론 혼자 이겨내야 하는 부담감도 책임감도 많지만 주변 중견기업 대표들과도 가깝게 지내며 서로에게 힘이 된다는 그는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 대표와 이효진 대림통상 대표, 이은성 보령제약 부회장 등과 가깝게 지낸다”며 “골프도 치고 서로의 멘토가 돼준다. 장기적으로는 섬세한 소통과 갈등 해소 능력 면에서 탁월한 여성 CEO들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에너자이저' 또는 '해피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김 회장. 인터뷰를 하면서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김 회장은 2022년 그린뉴딜 분야의 혁신 첨단 소재를 추가로 개발 및 공급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50개국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구 대륙에 한국산 그린뉴딜 첨단 혁신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타이어, 식품, 제지, 반도체, 건설, 환경, 화장품 등 수요 산업에 현재 국내외 2091개에 달하는 거래처를 2500개까지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인터뷰였지만 마무리는 끝까지 회사 사랑이다. 역시 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회장님다웠다.
출처
정유진,'호호(虎虎)' 행복 에너지...친환경 경영도 직진,2021.12.27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112162971c
40돌 '송원김영환장학재단' 후원하는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지금껏 875명에 135억 지원
민간기업 최장수 장학재단
'산업의 소금' 기초 소재 1위 기업
계열사 10여곳 2025년 매출 1조
"욕심 안 부리고 대의 좇을 것"
오는 18일 서울가든호텔에선 작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설립 40주년 기념식이다. 학자금 혜택을 받은 역대 장학생과 가족이 모여 어려웠던 학창 시절을 회고하고 후배의 미래를 응원하는 자리다.
장학재단을 설립한 기업은 태경그룹. 창업주 고(故) 김영환 회장이 100억원을 출연해 세운 재단이다. 민간 기업이 설립한 국내 최장수 장학재단 중 하나로, 선발 장학생에게 대학은 물론 대학원 졸업까지 연간 1000만원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누적 장학생만 875명(약 135억원)에 이른다.
2세 경영인 김해련 회장(사진)은 15일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했던 부친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결심이 자신처럼 어려운 고학생을 돕겠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송원장학재단은 100% 오너의 사재로 출발했다. 흔히 기업의 출연기금으로 구성되는 장학재단과 다른 점이다. 그만큼 후학에 대한 진정성이 남달랐다는 얘기다.
김 회장이 태경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건 2014년부터다. 1975년 창립된 태경그룹은 무기화학 기초 소재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태경산업, 태경BK, 태경케미컬 등 10여 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 조선 제지 식품 화장품 등에 쓰이는 생석회, 경질탄산칼슘 등을 생산한다. 김 회장은 “기초 소재는 양이 많지 않아도 꼭 있어야 하는 ‘산업의 소금’ 역할을 한다”며 “일부 제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경그룹은 지난해 매출 7333억원, 영업이익 549억원으로 창사 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매출(5167억원) 및 영업이익(405억원)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실적 호조를 견인한 건 ‘페트로 코크스’ 사업의 역할이 컸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산업용 보일러에 석탄 대체제로 쓰이는 이 제품의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2015년 인수한 태경에스비씨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주요 거래처인 타이어, 조선, 페인트사의 주문과 수출이 크게 늘었다. 모두 김 회장이 기업승계 후 추진한 사업이다.
김 회장은 “경영자의 역할 중 하나가 트렌드를 읽고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이라며 “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적 경쟁 우위를 만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엔 근거가 있다. 김 회장은 태경그룹에 합류하기 전 국내 최초의 인터넷 의류 쇼핑몰 회사를 10년간 운영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대에서 CEO 겸임교수로 강의하는 한편 소비자 트렌드 관련 마케팅 서적도 출간했다.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2025년을 매출 1조원 달성의 해로 삼고 있다. 태경그룹의 성장과 더불어 송원장학재단의 기금 규모도 148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룹이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이윤을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기업이 많지만, 사회에 이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부친의 DNA가 내게도 유전된 것 같다”며 “장학재단을 거친 학생들이 외교관, 변호사, 금융인 등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경영 마인드도 부친을 빼닮았다. 그는 “경영자로서 개인적 이권과 욕심을 부리지 않고 대의(大義)를 좇으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며 “그러다 보면 매사가 심플(simple)하게 느껴지고, 그게 곧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경제[2023.03.16]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3151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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